-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9 - 도나우 강에서 주말을~Austria, Vienna 2022. 3. 7. 03:43728x90반응형
주말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간 후로, '한밤 중형'인 나의 삶의 패턴이 거의 '새벽형 인간'으로 강제적 바뀜을 겪다 보니, 몸에 탈도 나고, 늦잠을 잘 수 있는 주말이 엄청 기다려졌다.
날씨도 나름 화창했던지라, 아이들과 점심도 사먹고, 커피도 한 잔 할 겸 해서 겸사겸사 지하철 U1을 타고 Donauinsel 역에 하차하니 바로 도나우강변이다.
이태리, 로마의 "콜로세" 지하철 역의 그 감동이랄까?
지하철 역명이 "콜로세".
지하철 문을 열고 나가가 마자 콜로세움이 떡 하니 자리 잡고 있어 입을 못 다물었는데, 여기 역시 Donauinsel 지하철 문 열고 바로 나가니 도나우강변이다.이미 땅, 흙, 나무, 꽃들은 봄이 오고 있음을 알았나보다.
벚꽃가지에선 여기저기 꽃망울이 움트고 있고, 땅 잔디도 초록이 움쭐움쭐 올라오는 중이다.
그런데 바람은 알프스 빙하 바람인지 자꾸 옷깃이 여며진다.자전거,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 스키 비슷한 형태의 인라인을 즐기는 사람, 햇빛을 먹고 마시고 누워서 햇볕으로 목욕 중인 사람들, 아이들과 놀이터에 있는 가족들, 강아지와 산책 중인 사람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다들 주말 낮 도나우 강변을 맞이하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멀까? 궁전 모양인데...
구글링 결과 성당이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웠던 건, 도나우 강에서 유유히 헤엄치고 있던 고니가 그리고 오리들이 성큼성큼 나와 내 아이들 곁으로 오는 게 아닌가?
늘 멀리서 망원경으로 고니 떼를 아이들과 보면서도 감탄했는데, 이렇게 옆에서 우리 가족을 쓱 스캔하더니 먹을 게 없는 걸 알고는 또 검정 오리발로 뒤뚱뒤뚱 도나우 강으로 가버렸다.
아이들도 나도 신기함, 약간의 흥분감이 묘하게 섞인 채로 저 멀리 도나우 강으로 사라져 가는 고니와 오리를 계속 바라보았다.
산다는 게 별 게 있을까 싶다.
자연을 느끼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내게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면 그만인 것을.
나도 역시 불혹(不惑)이 지나니 이런 단순한 삶의, 자연의 섭리를 조금이나마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가슴이 "확" 트이는 도나우 강변에서
주말을 소중한 가족들과 마무리해 본다.728x90반응형'Austria, Vienn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11- 오스트리아 이케아 식당 방문 vs 비교 (1) 2022.03.09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10 - 오래역사를 가진 "피그뮐러" 슈니첼 맛집과 "데멜"까페 (3) 2022.03.08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8 - 병원가기 (1) 2022.03.03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7 - 교통ticket사기(연간 교통권과 youth ticket) (1) 2022.02.28 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6 - 프라터 현지인 맛집 GastHaus Hansy(굴라쉬와 슈니첼) (5)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