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달력에서 본 근위병들의 높이 솟은 검정모자는 참 신기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직접 그 모자를 쓴 근위병들을 보아도 이색적이긴 매 한 가지다. 무엇으로 저런 모자를 만들었으며, 왜 저 모양이어야 하는지? 버킹엄 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은 날씨에 따라, 그리고 도시행사에 따라 아주 유동적이라 출발 전,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고, 이왕이면 런던 일정 중 가장 빨리 보고 싶었다.
아침 일찍부터 런던은 아주 여름의 날씨다. 이런 날씨를 고마워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과의 자리 쟁탈전이라... 교대식을 더 가까이서 잘 보기 위해서는 더 일찍 왔어야 하나 보다. 10시 45분부터 행사가 시작되고, 10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인산인해다. 누구는 근위병 교대식 보러 가는 길에 얼마 전 대관식을 치른 찰스 3세 국왕을 보기도 했다는데, 은근 기대하고 갔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대신 교대식 보러 가는 길의 shop에서 찰스 3세 국왕의 기념품은 많이도 봤다.
더운 날씨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군복을 입고, 무거운 것을 든 근위병들 힘들겠다.
2. English Rose Cafe & Tea shop
차보다는 커피 사람인지라, Flat White와 Traditional Full English Breakfast를 주문한다. 스콘 맛집이라니 스콘도... 뭐 별다른 건 없는 것 같다. 그냥 딱 배가 고플 때, 영국식 전통 아침을 맛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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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폴로 극장에서 "Wicked" 뮤지컬을.
아이들에게 뮤지컬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 배낭여행,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내 인생 처음으로 봤던, "Miss Sigon", 실제 헬기가 나올 정도로 무대 규모 또한 웅장했다. 그때의 "I still believe"는 조수미 CD로 수백 번을 듣고 또 들었다. 베트남 여주인공 kim과 미군 크리스의 애절한 시대적 사랑은 그 때의 내 마음을 충분히 흔들어 놓았으니까. " 레 미제라블", " 미녀와 야수". 그리고 한국에서 본 "캣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볼 뮤지컬을 고르고 티켓을 샀는데, 여기서 멍청비용 발생. 지금 생각하면 스스로의 멍청함에 웃음이 나온다. 이런 종류의 실수는 하지 않는 나인데... 극장 홈페이지에서 직접 사면, 대행비용 없이 구매했을 텐데, 어느 유튜버가 소개해 준 사이트인 visitlondon.com에서 구매. 대행비용 수수료를 20£(=33,000원)나 더 냈다. 멍청 멍청. 돌이킬 수 없으니 그냥 잘 보고 즐기기로.
★뮤지컬 티켓은 반드시 공연 극장 공홈에서 구매하거나, 당일 dayseat표를 싸게 사고 싶다면 극장 앞 매표소에서 아침 일찍 줄을 서거나... 방법은 더 찾아보면 많겠지만, 좌석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그냥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뮤지컬을 보기로 했으니 되었다. 보통 뮤지컬 공연의 시간은 낮 2시, 2시 30분, 저녁은 7시, 7시 30분이고, 각 극장마다 공연이 없는 요일도 있다.
스토리를 너무 모르면, 아이들이 영어뮤지컬 3시간 공연을 지루해할까 봐 미리 "Wicked" 줄거리를 찾아 아이들이 읽고 어떤 내용인지를 알게 했다. 뮤지컬이 끝나고, 다른 뮤지컬을 또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은 좋아했다. 부모로서 뿌듯함이 이런건가?
런던에 다시 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다음엔 세계 4대 뮤지컬(팬텀오브오페라, 레 미제라블, 캣츠, 미스 사이공) 중 하나인 팬텀오브오페라를 보고 싶다. 뉴욕 브로드웨이에선 더 이상 공연을 하지 않아 이 뮤지컬을 볼 수 없으니, 런던에서 보는 것으로...
4. 비가 오고 흐려야 런던이지...
극장을 나오니 비가 온다. 다행히 일기예보를 보고 1회용 비옷을 챙겨갔지만, 그래도 빅벤과 런던아이를 사진으로 남기긴 맑은 날이 좋은데, 많이 아쉽다. 근처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이층 버스를 타고 찰스 3세 국왕의 대관식이 거행된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지나니 저 멀리 런던의 그 빅벤이 눈에 들어온다.
뾰족뾰족 거대한 건물에 높이 솟은 빅벤.
그리고 템즈강을 가로질러 보이는 런던아이.
빅벤과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지나가는 빨간 이층 버스.
잘 사는 나라의 부유함이 막 느껴진다.
야경이 이쁜 곳인데, 아이들과 야경보기는 위험할 것 같아, 숙소로 돌아간다.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그 때는 함께 야경을 보며 함께 런던감상에 젖을 수 있을까? 그땐 내 나이가 너무 들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