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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사는 법 23 -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 모짜르트 가발맨에게 호객을 당하다. 비엔나 로열 오케스트라 공연Austria, Vienna 2022. 6. 11. 08:35728x90반응형
음악은 모든 것과 통하고, 모든 것을 치유합니다. ABBA의 'Thank you for the music'의 노래 가사처럼 음악 없이 그 누가 살 수 있으며, 또 그러한 삶은 어떨까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전공자의 시선이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이 위대한 음악도시에 살다 보니,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말귀가 이렇게 딱 맞아떨어질 수도 없을 듯합니다. 베토벤, 하이든, 요하 슈트라우스 등 역사 속 음악 거장들이 살았다는 집도 방문해보고, 그들의 유품도 보며, 사랑했던 사람들, 주변인들을 보며, 왜 그러한 곡들이 작곡되었나 혼자 유추해 보기도 하지만 같은 곳을 방문한 전공자들의 시선은 확연히 다를 뿐만 아니라, 제가 몰랐던 세세한 부분까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그리고 그곳들을 다시 방문해서, 그들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새롭게 봐야 할 의무감도 생깁니다.
이번 글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호객당하여 방문했던 비엔나 로열 오케스트라(Wiener Royal Orchester)의 공연에 대해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비엔나 로열 오케스트라(Wiener Royal Orchester)
왜 하고 많은 나라 중에 비엔나에 가냐고? 한국의 지인들이 떠나기 전 많이도 물었다. 다른 나라에도 갈 수 있었다는 가정하에, 같이 사는 남편이야 업무 때문이지만, 나는 음악을 사랑하고, 비엔나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조성진'님의 음악을 바로 눈앞에서 마음만 먹으면 늘 볼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링 안의 오페라 하우스 앞 모차르트 가발을 쓰고 호객행위를 하던 '징글벨'님(이름을 물었더니, 본인이 '징글벨'이라고 했다.)의 영업에 넘어가, 오페라 하우스의 금빛 번쩍 거리고 고급스럽고 폭신한 새틴 의자가 아닌 마치 아이들 학교 공연을 보러 온 학부모처럼 딱딱한 나무의자 같은 곳에 앉아, 외국 친구들과 함께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요하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슈베르트, 브람스 등의 대표곡들을 감상한 게 전부다.
처음엔 학교 공연장 같은 무대와, 장소의 분위기에 친구들끼리 '징글벨'에게 속았다며, 궁시렁거렸던 우리들인데 무대야 어떻든 간에 연주자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타악기 연주자의 사인에 맞춰, 모든 관객이 하나가 되어 '손뼉 치기'를 하며 그 무대를 그리고 그 순간을 즐겼기에 기억에 남는 멋진 밤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최애 곡 중 하나인 '마스네의 Meditation'이 연주될 때의 그 잔잔한 감동은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비엔나에 짧은 일정으로 관광을 오는 관광객들은, 슈테판 대성당이 있는 링 안에서부터 시작하여 자허토르테와 비엔나의 멜란지, 아인슈패너를 즐기는 자허 카페, 데멜, 카페 센트럴을 방문할 것이고, 점심으로 링 안의 슈니첼 전문점인 피그 뮐러, 립스 오브 비엔나, 힌터 홀츠, 가벼운 피자 한 조각은 피자 비치, 그라벤 거리와 '비엔나의 명동'인 케른트너 거리를 걷다 보면 길 끝 국립오페라 극장과 비포 썬라이즈의 촬영 장소이기도 한 알베르티나 박물관도 볼 것이다.
그러면 어김없이 앞에서 언급한 로열 오케스트라의 영업사원인 징글벨을 만날 것인데, 가격은 35€ 부터 시작하고, 이 글을 쓰기 위해 후기를 찾아보니, 영업사원에 따라 더 저렴하게도 해 주기도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영업사원이 주는 팸플릿의 콘서트 홀은 멋지지만, 공연이 되는 장소는 아카데미 인문고등학교로 이 학교의 한 층에서 콘서트가 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장소는 비엔나 최초의 시민공원인 슈탓트 파크(Stadtpark) 근처로 이 공원에는 그 유명한 금색 찬란한 요한 슈트라우스 동상이 있어,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을 듣고 그 여운을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 앞에서 기념사진 찍는 걸로 우리는 그날 밤을 마무리했다.
공연시간은 90분으로 비엔나 로열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Michal Hudak에 의해서 독점적으로 조직된 프로그램으로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 외에 익숙한 곡들로 90분 알차게 구성되어 10명 남짓의 소규모 실내악으로 공연되었고, 여성 오페라 가수가 1, 2부 한 곡씩 엄청난 실내홀의 울림을 가져다주며, 2부의 끝에는 남녀, 댄서가 발레복을 입고 나와 짧은 발레 공연도 곁들여진다. 드레스코드 역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기에 없었다.
단, 입장 시 모든 백팩과 겉옷은 1€를 내고 보관해야 해서, 친구들과 함께 쏠쏠하겠다며 얘기를 나누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학교 학생들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 공연 후기
친구들과 거의 20년 만에 비엔나에서 다시 만나 즐기는 저녁이었기에, 재즈카페를 갈지, 방탈출 게임을 하러 갈지, 그냥 수제 맥주집에서 비엔나소시지를 먹을지 세계 아줌마 5명이 모이니 결정을 못하고, 링 안을 정처 없이 걷덛 중에 만난 징글벨 덕분에 친구들과의 마지막 날 밤을 멋지게 그리고 기억에 남게 보낸 콘서트 공연이었기에 35€가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 와서, 오페라, 발레, 소규모 실내악을 즐기기에도 무난하게 지루하지 않은 공연이다.
하지만, 구글 후기에도 나와있듯이 영업사원이 주는 팸플릿과는 너무나 다른 장소, 관람석 Level이 있지만, 계단 구성의 좌석배치가 아니라 의미가 없기에 제일 좋은 좌석열로 90€이상을 내고 보았다면, 그 지불한 가치에 만족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드레스코드에 신경 쓰지 앟고, 비엔나에 와서 즐겁게 그리고 가볍게 모차르트와 요한 슈트라우스의 공연을 보고 싶다면 35€ 선에서 즐길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본다. 더욱이 우린 징글벨님이 티켓 뒤에 음료 5% 할인을 해준다는 문구도 써 주셔서, 휴식시간 와인과 샴페인 한잔을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친구들과 20여 년 만에 만나 샴페인과 와인을 즐겨가며, 들었던 그날의 음악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들도 그날의 음악을 들으면 우리의 만남을 떠올릴 테지,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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