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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시안 아줌마의 민폐" : 잘바흐에서 인생 흑역사를 찍다.Austria, Vienna/Austria 근교 2024. 2. 4. 18:13728x90반응형
스키 pass 구입 후 5일.
다리에 힘이 빠지고, 꾀가 자꾸 생깁니다.
어디 산장 오두막만 보이면 들어가서 커피나 맥주만 마시고 싶은 유혹에 강하게 빠집니다.
그러다 보니 역시나, 흑역사를 찍습니다.
1. 스키서커스(Skicircus)의 잘바흐(Saalbach)
# Saalbach - Hinterglemm - Leogang Fieberbrunn 스키장 규모가 보이시나요?
잘바흐-힌터글렘-레오강 피에베브룬(Saalbach - Hinterglemm - Leogang Fieberbrunn), 4개의 스키장을 보유한 스키서커스는 티롤부터 잘츠부르커란트까지 뻗어 있어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지역★이다.그 명성만큼이나 슬로프도 다양하다.
매년 겨울이면 피버브룬(Fieberbrunn)은 프리라이드 월드 투어(Freeride World Tour)의 개최지로서 프리라이더들의 천국으로 변신하고 잘바흐(Saalbach)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겨울 일렉트로닉 음악 페스티벌인 레이브 온 스노우(Rave on Snow)가 열린다.
잘펠덴 레오강(Saalfelden Leogang)은 매년 크로스컨트리 스키 마라톤을 개최해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스키어들까지도 사로잡는다.
# 2025년 2월 월드 스키 챔피언쉽을 개최하는 잘바흐 2. "어느 아시안 아줌마의 민폐"
스키버스를 타고, Shattberg X press Bahn 역에 내려야 했었다.
그러나 너무나 친절한 스키어 분이 사람들 한 무리 내리는 역에서 우리를 보더니, 여기 내려야 한단다.
그래서 분위기상 따라 내렸다.
어찌 되었든 이리저리 산들이 다 연결되니, Schönleitenbahn I, II 곤돌라를 타고 Wildenkarkogel(=1,910M) 봉우리에 도착한다.
이전 스키장들과는 또 다른 정경이 펼쳐진다.
끝없는 설산 봉우리 그리고 오스트리아 산봉우리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대형 십자가.
# 곤돌라 밑으로 마을이 점점 작아진다. # Wildenkarkogel(=1,910M) View # 마치 십자가로 향하는 고뇌의 수행자 길을 걸어온 듯한 딸의 뒷태. 웃김 원래 계획했던 Shattberg(=2,020M)에 가려니 초보코스 블루로는 166번 슬로프를 따라가다 kohlmaisbahn I 곤돌라를 타던지, 연결되는 152번 슬로프를 달리면, 건넛마을 Shattberg에 가는 Shattberg X press를 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166번 블루 슬로프가 152번 슬로프와 교차되기 전, 어디쯤.
그곳은 그야말로 나의 체감상 블랙, 최상위 코스였다.
순전히 나의 체감이니,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엄마가 뒤따라 올 줄 알았나 보다.
아이들은 이미 너무 빨리 이 코스를 내려가버린지라 점으로나마 내 시야에 들어오고, 아무리 슬로프경사 끝부분에 서서 마음을 다잡고 또 다잡아도 이건 분명 데굴데굴 데구루루~다.
그나마 경사길이가 짧으면 한번 데굴데굴 부끄러워도 굴러버리면 되는데, 이건 내가 한 번 굴렀다 하면 거의 눈사람 몸통 눈덩이가 될 정도의 끝이 안 보이는 길이다.
사람들이 안 지나갈 때 얼른 굴러야지 하고 긴급 타이밍을 노리고 있는데, 아! 이 Saalbach 스키장엔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많다.
더 난관인 것은 그동안 레드 중급코스라도 내가 아이들을 뒤쫓아 갈 수 있었던 것은 순전 광폭 슬로프였기 때문이다.
대왕 "S"자를 그리며 하염없이 떨어지는 '가을의 낙엽'처럼 천천히 내려올 수 있었는데, 여기는 폭이 좁아서 스몰" s" 자라도 어림없다.
무조건 촐랑거리는 패럴렐 숏턴 밖엔 답이 없다
그래야 민폐를 끼치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스키를 벗어버렸다.
살짝 빗겨 난 옆 코스를 스키를 들고 걸어 내려가면 될 것만 같았다.
무거운 장비에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몇 걸음만 걸어도 등줄기에 그리고 온몸에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내가 왜 이 고생을 자처했는지...
다시 슬로프로 들어와 스키와 폴을 안고 미끄러지기로 한다.
옆에 선수 같아 보이는 또래 여성분이 '천천히라도 타고 스키를 벗지 말라' 는데 머리로는 그게 맞다는 걸 아는데, 몸이, 내 몸이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그냥 미끄러진다.
폴, 스키가 저 멀리 내동댕이 쳐진다.
질질질질~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져도 끝없다.
누가 "어느 아시안 아줌마의 민폐"라는 제목으로 SNS에 업로드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한 몸 다치는 것보다 그게 제일 두려웠다고나 할까?
아시아인이 거의 1%인 스키장에서의 존재감이란...
# 이런 슬로프는 나에겐 초보블루 슬로프가 아니다. 어찌어찌 하염없이 땀, 부끄러움, 민망함 등으로 뭉쳐진 몸뚱이를 이끌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 내려오니, 나에게 어떻게든 '스키를 벗지 말고 타고 오라' 고 한 그 여성분이 아이들에게 '엄마 저기 천천히 오실 거니 계속 기다리라' 고 했단다.
고맙기도 하고, '허허' 헛웃음도 나오고...
건넛마을 Shattberg(=2,020M) Sky Rest에서 맥주 한 잔 들이키며 엄마의 대왕삽질로 인한 늦은 점심을 즐긴다.
# 평생 못잊을 이 날의 맥주 맛이란. . . 또다시 2,020M 산을 스키 타고 내려가려니 다리가 후들후들 하지만, 긍정 무한주의 엄마는 아이들과 또다시 스키를 신었다.
다음 글에서는 잘바흐 스키장 2편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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